글 7. 2023년 한국 2차전지 버블 — 그날, 고양이는 떨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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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와 POSCO홀딩스에서 본 버블 붕괴와 Dead Cat Bounce

앞 글에서는 1929년 대공황, 2000년 IT버블, 2008년 금융위기에서 주가지수가 큰 폭의 첫 하락 뒤 20~50%에 이르는 강력한 반등이 여러 차례 나타났다는 사실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런 반등이 다시 무너져 전저점을 깨면 우리는 사후적으로 그것을 Dead Cat Bounce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투자자에게는 골치 아픈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반등하는 바로 그 순간에는 그것이 Dead Cat Bounce인지, 진짜 새로운 상승의 시작인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질문을 조금 바꿔보겠습니다. 고양이가 떨어진 뒤 얼마나 높이 튀어 오를지를 맞히기보다, 고양이가 처음 떨어지기 시작하는 순간을 알아볼 수는 없을까요? 2023년 한국의 2차전지 주식은 이 질문에 아주 흥미로운 사례를 남겼습니다.

1. 2023년 한국의 2차전지 열풍은 처음부터 허상 이 아니었습니다

2023년 한국 주식시장의 2차전지 열풍을 단순한 테마주 광풍으로만 설명하면 핵심을 놓치게 됩니다. 세계 전기차 시장은 실제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고, 한국의 배터리와 소재 기업들도 세계 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리튬 등 핵심 광물 가격 상승과 공격적인 증설 계획도 미래 이익에 대한 기대를 키웠습니다.

문제는 산업의 미래가 아니라 가격이었습니다. ‘전기차는 미래 산업이다’라는 합리적인 판단이 어느 순간 ‘그러므로 지금 주가는 얼마라도 싸다’는 판단으로 변했습니다. 앞으로 수년 동안 벌어들일 이익을 현재로 너무 많이 당겨오면서 주가는 기업의 현재 이익보다 훨씬 빠르게 상승했습니다.

버블은 주로 가짜 산업에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진짜로 성장하는 산업에서 미래가 너무 밝아 보일 때, 그 미래의 이익을 너무 많이 현재 가격에 가져오면서 만들어지는 것이 더 무서울 수 있습니다. 이는 지금은 아니겠지만 앞으로 AI 버블도 이런 관점에서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2. 2023년 7월 26일 — 몇 시간 만에 천당에서 지옥으로

2023년 7월 26일. 이날은 2차전지 버블의 마지막 국면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하루였습니다.

에코프로는 전날 129만3천 원으로 마감한 뒤 이날 아침부터 다시 폭발했습니다. 오후 1시 무렵에는 장중 153만9천 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전날 종가보다 19.0% 오른 가격입니다. 그런데 약 50분 뒤 주가는 113만6천 원까지 추락했습니다. 장중 고점에서 26.2%가 사라지는 데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종가는 122만8천 원이었고, 다음 날에는 다시 19.79% 떨어져 98만5천 원으로 마감했습니다.

POSCO홀딩스도 전날 종가 65만8천 원에서 이날 장중 76만4천 원까지 올라 16.1%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곧 59만9천 원까지 밀렸고 63만 원으로 끝났습니다. 장중 고점에서 저점까지 21.6%가 움직였습니다. 또한 이날 거래량도 급증했습니다. 불과 6일 전인 7월 20일과 비교하면 에코프로 거래량은 2,779,765주에서 15,375,014주로 5.53배, 453.1%, POSCO홀딩스는 1,329,119주에서 11,631,776주로 8.75배, 무려 775.1% 증가했습니다. 7월 20일이 거래량이 다소 적었던 날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장기간 급등해 온 두 종목이 7월 26일 주가 급등과 함께 평소와 전혀 다른 폭발적인 대규모의 거래를 터뜨린 것입니다. 그날 코스피는 1.67%, 2차전지 관련주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코스닥은 4.18% 급락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특정 종목 하나의 움직임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당시 필자는 홈트레이딩 화면에 2차전지 관련 종목을 수십 개 띄워놓고 있었습니다. 눈앞에서 벌어진 장면은 에코프로 한 종목의 급등락이 아니었습니다. 이른바 2차전지 관련주들이 거의 동시에 치솟았고, 오후 들어 거의 동시에 방향을 바꾸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개별 기업의 새로운 정보가 각각 같은 시간에 발생했다기 보다, 2차전지라는 하나의 거대한 투자 테마에 몰렸던 자금과 심리가 몇 분 간격도 없이 거의 동시에 한꺼번에 방향을 바꾸는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순서입니다. 거래량이 폭증했기 때문에 그날이 고점이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러나 수개월 또는 수년 동안 이미 크게 오른 주식이 어느 날 갑자기 거래량까지 5배, 8배로 폭증하면서 다시 15~20% 가까이 치솟는다면 저는 바로 그때부터 의심합니다. 그리고 같은 날 그 엄청난 거래량이 계속되는 가운데 주가가 급반전해 20% 넘게 무너지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변동성이 아니라 버블 붕괴, 주가폭락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할 만한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종목7/26 장중 고가7/26 장중 저가7/26 종가1일내 고점→저점7/26 거래량
에코프로
(만원)
1,53.91,13.61,22.8-26.2%15,37.5만주
POSCO홀딩스
(만원)
76.459.963.0-21.6%11,63.2 만주

주: 7월 26일 당시 가격과 거래량은 당시 시장자료와 보도 기준입니다.

그림 1. 에코프로 — 약 50분 만에 장중 고점에서 26% 이상 급락

3. 직장인이 이런 날을 만나면?

필자에게 이 장면이 유난히 낯설지 않았던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의 개별 종목 투자에서 비슷한 일을 수없이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에는 하루 종일 주식창을 들여다볼 수 없었습니다. 회의도 해야 하고 사람도 만나야 합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잘 오르던 보유주가 어느 날 갑자기 엄청난 거래량과 함께 더 크게 오르면 투자자는 오히려 안심하기 쉽습니다. ‘드디어 제대로 가는구나.’ 그리고 다시 업무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바로 그런 날이 가장 위험한 날일 수도 있습니다.

농담을 조금 보태면, 수개월 또는 수년간 급등한 보유주가 어느 날 갑자기 기록적인 거래량과 함께 폭발하기 시작한다면 그날은 급한 일이 생겼다고 하고 휴가라도 내야 할 판입니다. 2023년 7월 26일 에코프로에서는 오후 1시의 153만9천 원이 약 50분 뒤 113만6천 원이 됐습니다. 점심을 먹고 회의 하나 하고 돌아왔더니 세상이 바뀌어 있을 수 있는 속도였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주가는 더 빠집니다.

시장의 꼭대기를 정확히 맞힐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평소와 전혀 다른 현상이 나타났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4. 필자가 이제는 다르게 생각하는 이유

수개월 또는 수년에 걸쳐 크게 오른 주식이 특정일 갑자기 대량거래를 동반하며 급등한다면 저는 그때부터 의심합니다. 그리고 엄청난 거래량이 계속되는 가운데 주가가 급반전하여 폭락하기 시작한다면, 아무리 좋은 기업이고 장기 전망이 밝더라도 일단 시장가로 매도하고 나오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날이 역사적 고점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매도한 뒤 다시 20%, 30% 더 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 사는 것은 언제든 가능합니다. 반면 버블 붕괴가 시작된 뒤에도 ‘좋은 회사인데’, ‘조금만 기다리면 다시 오르겠지’라는 미련 때문에 매도하지 못하면 30%, 50%, 때로는 70~80%의 하락을 그대로 견뎌야 할 수도 있습니다.

고점에서 정확히 파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버블 붕괴의 가능성이 갑자기 커졌을 때 먼저 살아 나오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 시점에서 손실을 최소화하고 나중을 도모하는 것입니다.

다시 사는 데는 몇 초면 됩니다. 그러나 미련을 버리는 데 50분이 걸리면 너무 늦을 수도 있습니다.

5. 7월 26일 이후 — Dead Cat Bounce 출현

7월 26일 하루만 보면 이것은 ‘급등 뒤 급락’ 이야기로 끝납니다. 그러나 Dead Cat Bounce를 보려면 그 뒤를 더 길게 봐야 합니다. 버블 붕괴는 보통 직선으로 내려가지 않습니다. 떨어지고, 다시 크게 오르고, 다시 떨어집니다. 그래서 투자자는 몇 번씩 ‘이번에는 진짜 바닥인가?’라는 유혹을 받게 됩니다.

에코프로는 2024년 4월 5대1 액면분할을 했기 때문에 아래 표와 그림에서는 2023년 가격도 모두 5분의 1로 조정했습니다. 예를 들어 2023년 7월 26일 장중 최고가 153만9천 원은 분할조정 기준 30만7,800원입니다.

날짜에코프로 주가(원)직전 관측점 대비의미
2023.07.26307,800—장중 최고 (5:1 분할조정)
2023.11.01118,000-61.7%1차 저점 (분할조정)
2023.11.06165,600+40.3%공매도 금지로 반등          (Dead Cat Bounce)
2024.06.05100,600-39.3%대표 관측점
2025.07.3179,100-21.4%최저점
2026.02.27185,400+134.4%강한 재반등 구간
2026.08.3191,300-50.8%최근 기준일

주: 이 표는 버블 이후의 파동을 보여주기 위한 주요 관측점입니다. ‘대표 관측점’으로 표시한 날짜는 각 구간의 절대 고점·저점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2023년 수치는 5대1 분할조정 기준입니다.

그림 2. 에코프로 — 2023년 버블 고점 이후 반등과 재하락의 반복

에코프로는 2023년 11월 1일 고점 대비 61.7%나 폭락하며 1차 저점을 형성한 뒤 반등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2023년 11월 6일 공매도 전면 금지가 시행되면서 하루에 29.98% 올라 상한가인 165,600원(분할조정 기준)으로 마감했습니다. 11월 1일 장중 59만 원까지 내려갔던 주가가 11월 6일 종가 82만8천 원까지 올라온 것이니, 당시 실제 가격 기준으로는 불과 며칠 사이 약 40%의 반등입니다. 그런데 이때 ‘아, Dead Cat Bounce구나’ 하고 매도 버튼을 누르더라도 이미 7월 26일 급락 당시의 장중 저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파는 셈입니다. Dead Cat Bounce를 확인하고 나서 빠져나오면 차선책은 되겠지만 급락 당일 매도하는 것보다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더욱이 이런 반등을 눈앞에서 보면 ‘역시 살아났구나’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더 긴 시간축으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주가는 2025년 7월 31일까지 2023년 11월 6일 대비 50% 이상 하락하면서 다시 반토막 아래로 내려갑니다. 2026년 2월에는 다시 18만 원대까지 강하게 올라왔지만, 2026년 8월 31일에는 9만1,300원으로 내려와 있었습니다. 큰 반등이 나왔다고 해서 이전의 장기 하락 추세가 자동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POSCO홀딩스도 비슷합니다. 다만 에코프로처럼 순수하게 2차전지 기대만으로 움직이는 종목은 아니고 철강 본업의 영향도 크기 때문에 파동의 성격은 조금 다릅니다. 그래도 2023년 7월의 2차전지 열풍에서 만들어진 고점 이후 장기간의 하락과 중간 반등이 반복되었습니다.

날짜POSCO홀딩스 주가(원)직전 관측점 대비의미
2023.07.26764,000—장중 최고
2023.07.27594,000-22.3%급락 지속
2023.11.03438,000-26.3%1차 저점
2023.11.06522,000+19.2%공매도 금지 반등
2024.04.23391,500-25.0%대표 관측점
2024.07.25355,500-9.2%대표 관측점
2025.03.24210,500-40.8%최저점
2026.08.31338,500+60.8%최근 기준일

주: POSCO홀딩스 역시 장기 흐름을 보여주기 위한 주요 관측점입니다. 일부 날짜는 구간의 절대 고점·저점이 아니라 비교 가능한 대표 시점입니다.

그림 3. POSCO홀딩스 — 2023년 7월 고점 이후 장기 하락과 중간 반등

6. 좋은 산업과 좋은 주가는 같은 말이 아닙니다

2023년7월의 급반전 이후 2차전지 산업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전기차도 사라지지 않았고 한국 배터리 기업의 기술력도 하루아침에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주가를 떠받치던 전제들은 약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리튬 등 핵심 광물 가격이 하락하면서 양극재 판매가격과 수익성에 부담이 생겼고, 전기차 수요 증가 속도도 시장이 기대했던 것보다 둔화됐습니다. 결국 산업의 장기 성장 전망이 완전히 틀렸기 때문에 주가가 무너진 것이 아니라, 그 성장에 대해 시장이 붙였던 가격과 이익 기대가 지나치게 높았던 것입니다.

좋은 산업과 좋은 기업도 나쁜 가격에 사면 나쁜 투자가 될 수 있습니다.

7. 그래서 Dead Cat Bounce보다 먼저 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앞 글의 질문은 ‘큰 반등이 Dead Cat Bounce인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였습니다. 답은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반등하는 당시에는 확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23년 2차전지 버블은 그보다 앞선 단계에서 볼 수 있는 강력한 위험신호 하나를 보여줍니다.

장기간 급등 → 특정일 거래량 폭증과 함께 다시 폭등 → 같은 날 또는 직후 대량거래 속 급반전.

이 패턴이 나타났다고 100% 버블이 붕괴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장기간의 상승 끝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면 ‘더 얼마나 오를까’보다 ‘지금 시장의 성격이 바뀐 것은 아닐까?’를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Dead Cat Bounce를 알아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투자자에게 더 중요한 것은 고양이가 떨어진 뒤 얼마나 높이 튀어 오를지를 맞히는 것보다, 고양이가 처음 떨어지기 시작하는 순간 시장에서 빠져나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2023년 한국의 2차전지 버블은 산업의 미래가 거짓이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미래가 너무 밝아 보였기 때문에 만들어졌습니다. 문제는 미래의 성장을 믿은 것이 아니라, 그 미래의 수익을 너무 빨리, 너무 많이 현재 주가에 가져와 버렸다는 데 있었습니다.

버블의 마지막은 가장 비관적인 순간이 아니라 가장 낙관적인 순간에 터지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을 알려주는 가장 시끄러운 경고음 가운데 하나가, 엄청난 거래를 동반한 급등 뒤의 급락일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수년 안에, 길게 봐도 10년 안에 우리는 AI 산업에서도 AI 대표 기업에서도 이런 현상을 수차례 겪을지도 모릅니다.

자료: 한국거래소 시장자료를 인용한 당시 보도, 기업 및 증권사 자료, 2026년 8월 31일 시장자료. 장기 표의 일부 값은 장기 흐름을 보여주기 위한 대표 관측점이며, Dead Cat Bounce 평가는 사후적인 주가 흐름을 해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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