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5: 모든 버블 붕괴, 주가 폭락의 방아쇠는 왜 금리 인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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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의 거대한 버블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빠른 신용팽창, 경기호황, 그리고 미래에 대한 지나친 낙관이 오랜 기간 누적되면서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이미 만들어진 버블을 실제로 터뜨린 방아쇠는 무엇일까?

지난 100년 동안 미국 주식시장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버블 붕괴와 주가폭락을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적인 현상이 눈에 띈다.

연준(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인상이다.

연준이 정하는 정책금리(은행 간 1일 대출금리)가 오르면 그 영향은 금융시장에 즉각적으로 전달된다. 은행 예금금리와 단기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기업의 차입비용도 증가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은행대출이나 회사채 발행에 필요한 금융비용이 증가한다. 이는 다른 조건이 같다면 기업이익을 감소시키고 투자를 위축시킨다.

은행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은행은 예금금리 상승 등으로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신용위험에 대한 경계가 커지면서 대출조건을 까다롭게 한다. 그 결과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이 과거처럼 쉽게 돈을 빌릴 수 없게 된다.

특히 중요한 것은 금리 인상으로 저금리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던 취약성이 드러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돈을 쉽게 빌릴 수 있을 때에는 부채가 많은 기업이나 수익성이 낮은 기업도 계속해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자산가격이 계속 상승한다면 담보가치도 올라가기 때문에 이러한 구조는 상당 기간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리면 상황이 달라진다.

정책금리 인상으로 예금금리가 오른 은행들은 주요 수익원인 예대마진(대출이자-예금이자)이 줄어들면서 대출기준을 강화하고 대출을 축소한다. 기업들은 금융비용 증가로 채권시장을 통한 자금조달도 어려워진다. 결국 가장 취약한 기업과 금융기관에서 먼저 문제가 발생한다.

그리고 그 문제가 금융시스템 전체로 번질 경우 신용위기, 금융위기, 그리고 버블 붕괴가 시작된다.

지난 100년의 대표적인 네 사건을 살펴보자.

1. 1929년 대공황 — 주식투기를 막으려 금리를 올리다

1920년대 후반 미국 경제는 빠르게 성장했고 주식시장으로도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었다. 특히 적은 자기자본으로 주식을 사고 나머지를 빌리는 신용투자가 급증했다.

연준은 주식시장으로 지나치게 많은 신용이 흘러가는 것을 우려했다.

1928년 1월 다우지수는 200선이었지만 1929년 9월 3일에는 381.17까지 상승했다. 불과 20개월 동안 거의 두 배가 된 것이다.

1928년부터 연준은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금융여건을 긴축하기 시작했고 재할인율도 인상했다. 1929년에는 주식투기 목적의 대출을 억제하려는 조치가 더욱 강화되었다.

현재의 연준 정책금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뉴욕 연준의 재할인율은 1928년 초 3.5%에서 1929년 1월 5.0%, 1929년 8월에는 6.0%까지 올라갔다.

결국 대공황이 시작되고 1929년 9월 3일 고점 381.17을 기록한 다우지수는 1932년 7월 8일 41.22까지 하락했다.

고점 대비 89.2%의 폭락이었다.

표 1. 대공황 전후의 금리와 주식시장

시점뉴욕연준 재할인율단기금리다우지수인플레이션실질 GDP 성장률
1928년 1월3.50%—200선-1.2%+1.1%
1929년 1월5.00%4.66%307선0.0%+6.6%
1929년 9월 3일 — 주가 고점6.00%4.58%381.170.0%—
1932년 7월 8일 — 주가 저점2.50%0.5%41.22-10%대-12.9%

1920년대에는 현재와 동일한 Treasury constant-maturity 시계열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당시 이용 가능한 단기·장기 국채자료를 사용했다. 실질 GDP 성장률은 연간 기준이다.

1929년의 특징은 분명하다. 이미 신용투기와 주가 급등으로 거대한 버블이 만들어진 상황에서 연준이 금융긴축을 강화했고, 높은 금리가 신용에 의존하던 주식시장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2. 1987년 블랙먼데이 — 금리 급등 뒤 하루 만에 시장이 무너지다

1987년의 경우는 더욱 극적이다.

1987년 초 미국 경제는 강하게 성장하고 있었고 인플레이션도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또 하나의 문제가 있었다.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미국 달러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달러 약세는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동시에 수입물가를 상승시키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가능성이 있었다.

이에 연준은 통화정책을 점차 긴축했고 1987년 9월에는 재할인율도 인상했다.

1987년 1월 정책금리라고 볼 수 있는 실효 연방기금금리는 6.43%, 3개월 국채금리는 5.43%, 10년물은 7.08%였다.

10월 16일에는 연방기금금리가 7.59%, 3개월 국채금리 6.93%, 10년물은 무려 10.23%까지 올라갔다.

불과 9개월 만에 10년 국채금리가 3%포인트 이상 상승한 것이다.

표 2. 블랙먼데이 전후의 금리와 주식시장

시점정책금리국채  10년물S&P 500Nasdaq인플레이션
1987년 1월6.43%7.08%274.08*392.06*1.46%
1987년 10월 16일7.59%10.23%282.70406.334.53%
1987년 10월 19일——224.84360.21—
하루 변동률——-20.47%-11.35%—

*1월 말 종가. 금리의 1월 값은 월평균이며 10월 16일은 해당일 수치이다. 인플레이션은 CPI 전년동월비.

1987년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46%였지만 10월에는 4.53%로 높아졌다.

10월 16일 금요일 Nasdaq 지수는 406.33, S&P 500은 282.70으로 마감했다.

다음 거래일인 10월 19일 월요일, 장이 열리면서 주가는 폭락하기 시작했다.

S&P 500은 224.84로 떨어져 단 하루에 20.47% 폭락했다.

Nasdaq Composite는 360.21로 마감해 11.35% 하락했다.

Nasdaq의 당일 하락률은 S&P 절반 수준에 그쳤지만 Nasdaq의 폭락은 다음 날에도 계속되었다.

10월 20일 Nasdaq은 327.79로 다시 9.0% 떨어졌고, 10월 28일에는 291.88까지 하락했다.

10월 16일에서 10월 28일까지 불과 8거래일 동안 28.2% 하락한 것이다.

즉 S&P 500은 충격의 대부분을 블랙먼데이 하루에 반영했지만 Nasdaq은 며칠에 걸쳐 폭락이 이어졌다.

1987년에는 정책금리뿐 아니라 장기금리까지 단기간에 급등했다. 금리 상승은 이미 크게 올라 있던 주식의 밸류에이션을 압박했고, 결국 10월 19일의 역사적인 폭락으로 이어졌다.

3. 2000년 IT 버블

IT 버블은 정책금리 인상이 이미 형성된 버블에 어떤 압력을 가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1998년 러시아 디폴트와 LTCM 사태가 발생하자 연준은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책금리를 5.50%에서 4.75%까지 낮췄다.

그러나 1999년 미국 경제는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

고용시장은 매우 타이트했고 주가상승에 따른 자산효과와 풍부한 신용공급으로 총수요가 빠르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연준은 1999년 6월 30일 금리를 4.75%에서 5.00%로 올리기 시작했다.

표 3. IT 버블 붕괴 전후

시점정책금리10년S&P 500NasdaqForward P/E
1999년 5월4.75%5.54%1,301.842,470.5224배
2000년 3월6.00%6.26%1,498.585,048.62*24.4배
2000년 5월6.50%6.44%1,420.603,400.9123배

*Nasdaq은 2000년 3월 10일의 사상 최고 종가. 다른 주가지수 값은 해당 월말 기준. 정책금리는 해당 시점의 연방기금 목표금리이다.

1999년 6월부터 2000년 5월까지 연준은 정책금리를 4.75%에서 6.50%로 1.75%포인트 올렸다.

그런데 정책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초기에는 Nasdaq이 떨어지기는 커녕 훨씬 더 빠르게 상승했다. 1999년 5월 말 2,470.52였던 Nasdaq은 2000년 3월 10일 5,048.62까지 상승했다.

9개월 남짓한 기간에 104.4% 상승한 것이다.

인터넷 혁명에 대한 기대, 높은 생산성 증가율, 강한 경제성장과 막대한 투자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주가는 극단적으로 비싸졌다.

2000년 3월 S&P 500의 12개월 Forward P/E는 24.4배까지 상승했고, 정보기술 섹터의 Forward P/E는 48배를 넘어섰다.

즉 정책금리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었는데 주가는 역사적인 고평가 상태까지 올라간 것이다.

금리가 계속 올라가면서 금융여건은 점점 긴축되었다. 그 과정에서 특히 과잉투자를 지속하면서도 충분한 수익을 내지 못해 외부자금에 의존하던 수많은 인터넷 기업들의 취약성이 드러났고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파산하기 시작했다.

2000년 3월 10일 Nasdaq은 5,048.62로 정점을 찍었고 이후 IT 버블은 붕괴하기 시작했다.

4. 2008년 금융위기 — 정책금리 1%에서 5.25%까지 인상

2008년 금융위기는 정책금리 인상과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이 결합하는 과정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IT 버블 붕괴 이후 연준은 정책금리를 계속 낮춰 2003년에는 1%까지 내렸다.

낮은 금리는 경기회복을 도왔지만 동시에 주택시장과 신용시장의 급격한 팽창을 동반했다.

경제가 회복되고 디플레이션 위험이 사라지자 연준은 2004년 6월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정책금리는 2004년 5월 1.00%에서 2006년 6월 5.25%까지 올라갔다.

표 4. 금융위기 전후의 금리와 주식시장

시점정책금리국채 3개월S&P 500Nasdaq인플레이션
2004년 5월1.00%1.02%1,120.681,986.743.05%
2006년 6월5.25%4.79%1,270.202,172.094.18%
2007년 9월4.75%3.89%1,526.752,701.502.76%
2008년 3월 — 베어스턴스2.25%1.26%1,322.702,279.103.98%
2008년 9월 — 리먼2.00%1.00%1,166.362,091.884.94%

국채금리는 월평균, 주가지수는 해당 월 마지막 거래일 종가를 기준으로 했다. 인플레이션은 CPI 전년동월비.

2004년 5월 정책금리는 1.00%, 3개월 국채금리는 1.02%였다.

2006년 6월에는 정책금리가 5.25%, 3개월 국채금리는 4.79%까지 상승했다.

2년 만에 단기 금융비용이 완전히 다른 수준으로 올라간 것이다.

금리가 올라가자 변동금리 모기지를 포함한 차입자의 부담이 증가했다.

주택가격 상승세가 꺾이고 연체와 부도가 늘어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연결된 금융상품의 부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7년에는 이미 신용시장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연준은 9월부터 정책금리를 인하했다.

그러나 이미 시작된 부실의 연쇄반응을 즉시 되돌릴 수는 없었다.

2008년 3월에는 미국 5위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붕괴해 JPMorgan Chase에 긴급 인수되었다.

그리고 6개월 뒤인 2008년 9월 15일, 미국 4위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정책금리 인상이 주가폭락의 방아쇠인가?

버블은 금리 인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버블은 그 이전에 만들어진다.

과도한 낙관, 신용팽창, 레버리지, 자산가격 급등, 미래 이익에 대한 과도한 기대 등이 수년간 축적된다.

그러나 낮은 금리가 지속되는 동안에는 이러한 취약성이 좀처럼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정책금리가 올라가면서 금융비용이 상승하고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때 비로소 약한 고리가 끊어지기 시작한다.

1929년에는 신용에 의존한 주식투기였다.

1987년에는 급격한 금리 상승과 과도하게 상승한 주식시장이었다.

2000년에는 과잉투자와 외부자금에 의존하던 수많은 인터넷 기업들이었다.

2008년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엄청난 레버리지를 가진 금융시스템이었다.

취약성의 모습은 매번 달랐다.

그러나 그것을 밖으로 드러나게 만든 공통적인 압력은 정책금리 인상이었다.

물론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고 주가가 즉시 폭락한 것은 아니었다. 1929년에도 금리가 올라가는 동안 주가는 계속 상승했고, 2000년에도 정책금리를 4.75%에서 6%까지 올리는 동안 Nasdaq은 오히려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2004년부터 금리를 올렸지만 미국 주식시장은 2007년까지 상승했다.

경기호황, 기업이익 증가, 새로운 기술혁명, 그리고 투자자의 낙관이 강한 동안에는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한동안 계속 상승할 수 있다.

그러나 금리가 계속 올라가고 금융여건이 긴축되면 취약한 부분에 대한 압력은 계속 축적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압력을 견디지 못하는 부분이 나타난다.

바로 그 순간 금리 인상은 이미 존재하던 버블을 터뜨리는 방아쇠가 된다.

따라서 미국 주식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할 기간은 특히, 정책금리 인상기이다.

일반적으로 정책금리 인상은 주가하락을 동반하며, 향후 AI 버블의 붕괴도 연준의 지속적인 정책금리 인상기에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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