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4: 그런데 왜 연준이 정책금리를 내리는데 주가는 폭락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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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금리가 오르면 기본적으로 주가는 하락하고, 금리가 내려가면 주가는 상승합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정책금리(Federal Funds Rate)를 인상하면 가장 짧은 기간의 시장금리부터 영향을 받고, 3개월·1년·3년 등 다른 만기의 시장금리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 영향이 빠르게 전달됩니다. 이에 따라 주가는 하락 압력을 받게 됩니다.

반대로 인플레이션이 낮게 유지되는 가운데 경기침체 우려가 나타나 연준이 경기회복을 위해 정책금리를 인하하면 주가는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그런데 실제 주식시장을 보면 항상 이렇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경기침체나 버블 붕괴가 발생하면 연준이 정책금리를 계속 낮추는데도 주가는 폭락합니다. 반대로 경제가 강하게 성장하는 호황기에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정책금리를 계속 올리는데도 주가는 상승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금리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기본적인 경제이론이 틀린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금리의 효과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경기침체와 버블 붕괴 또는 강력한 경기호황과 같은 다른 요인의 효과가 금리 효과보다 훨씬 크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실제 주식시장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1. IT 버블 붕괴 — 정책금리를 내려도 주가는 계속 하락했다

표 1. IT 버블 붕괴: 정책금리 인하에도 주가 계속 하락

시점정책금리국채3개월물인플레이션NasdaqS&P 500
2000.03.10 (나스닥 고점)5.75%5.86%3.80%5,048.621,527
2000.12 (정책금리 6.50%)6.50%5.89%3.40%2,4701,320
2002.091.75%1.61%1.50%1,170815
2004.01 (회복기)1.00%0.91%1.90%2,1131,131

IT 버블 붕괴와 함께 나스닥지수는 2000년 3월 10일 5,048.62를 고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버블 붕괴로 인한 경기침체를 우려한 연준은 이후 정책금리를 낮추기 시작했지만 주가 하락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2002년 9월 정책금리가 1.75%까지 낮아졌음에도 나스닥지수는 1,170까지 떨어졌습니다. 즉 연준이 정책금리를 2000년 12월 6.5%에서 2002년 9월 1.75%로 급격히 낮추는 1년 9개월간 나스닥지수는 계속 하락합니다. 2000년 3월 고점 5,048.62와 비교하면 76.8%에 이르는 대폭락입니다.

연준은 이후에도 정책금리를 계속 인하하여 2003년 6월에는 1%까지 낮추었고, 이러한 금리 인하의 영향으로 나스닥지수는 2004년 1월 2,113까지 회복했습니다. 2002년 9월의 1,170과 비교하면 약 80.6%의 급등입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금리 인하가 주가를 떨어뜨린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금리 인하는 분명 주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러나 IT 버블 붕괴가 가져온 주가 하락 압력이 훨씬 강했기 때문에 상당 기간 금리 인하의 주가상승 효과가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버블 붕괴의 힘이 약해진 이후에는 낮아진 금리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주가는 빠르게 회복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나스닥지수가 2000년 3월 10일의 사상 최고 종가 5,048.62를 회복한 것은 무려 15년이 지난 2015년 4월 23일입니다. 이날 나스닥지수는 5,056.06으로 마감하면서 IT 버블 당시의 사상 최고 종가를 처음으로 넘어섰습니다.

2. 금융위기 — 제로금리가 되어도 주가는 더 떨어졌다

표 2. 금융위기: 제로금리에도 주가 하락

시점정책금리국채 3개월물인플레이션NasdaqS&P 500
2007.09 (첫 금리인하)4.75%4.50%2.80%2,6001,520
2007.10 (주가 고점)4.50%4.30%3.50%2,8611,565
2008.12 (제로금리)0~0.25%0.05%0.10%1,577903
2009.03 (주가 저점)0~0.25%0.20%-0.40%1,268677
2010.04 (회복기)0~0.25%0.15%2.20%2,4801,187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드러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고, 연준은 2007년 9월 첫 금리 인하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주가는 계속 하락했습니다.

연준은 정책금리를 2007년 8월 5.25%에서 2008년 12월 0~0.25%의 사실상 제로금리까지 급격하게 인하했습니다.

그런데도 주가는 멈추지 않고 더 떨어졌습니다.

나스닥지수는 2007년 10월 2,861에서 2009년 3월 1,268까지 하락했습니다. 약 1년 5개월 동안 55.7% 폭락한 것입니다.

심지어 정책금리가 이미 제로 수준에 도달한 2008년 12월 이후에도 주가는 약 3개월 동안 더 하락했습니다.

그러나 금융위기의 충격이 약해지기 시작하자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제로금리가 유지되는 가운데 나스닥지수는 2009년 3월 1,268에서 2010년 4월 2,480으로 상승했습니다.

불과 1년여 만에 약 95.6% 상승한 것입니다.

이 사례 역시 정책금리 인하가 주가 하락을 초래한 것이 아닙니다.

금리 인하의 주가 상승 효과보다 금융위기와 경기침체가 가져온 주가 하락 효과가 훨씬 강했기 때문에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내려도 한동안 주가가 계속 하락했던 것입니다.

3. 반대의 경우도 있다 — 정책금리를 올려도 주가가 상승한다

반대 현상도 나타납니다.

경제가 강하게 성장하는 경기호황기에는 경기호황에 따른 주가 상승 효과가 정책금리 인상에 따른 주가 하락 효과를 압도할 수 있습니다.

표 3. 경기호황: 정책금리 인상에도 주가 상승

시점정책금리3개월물인플레이션NasdaqS&P 500
2004.051.00%0.96%3.10%1,9931,121
2004.06 (첫 금리인상)1.25%1.16%3.30%2,0481,140
2007.075.25%5.00%2.40%2,6011,455
2007.10 (주가 고점)4.50%4.30%3.50%2,8611,565

2004년 6월부터 인플레이션 우려가 부각되면서 연준은 정책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책금리는 1% 수준에서 2007년 7월 5.25%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했습니다.

금리만 본다면 주가에는 상당한 하락 압력이 가해진 기간입니다.

그럼에도 나스닥지수는 2004년 5월 1,993에서 2007년 7월 2,601로 상승 추세를 유지했고, 2007년 10월에는 2,861에 도달했습니다.

정책금리 인상의 주가 하락 효과가 없었던 것이 아닙니다.

강한 경기호황에서 발생한 주가 상승 효과가 금리 인상의 하락 효과보다 컸던 것입니다.

4. 최근에는 AI 혁명이 금리 인상의 효과를 압도했다

같은 현상은 최근에도 나타났습니다.

표 4. 2022년 이후: 금리 인상과 AI 랠리

시점정책금리3개월물인플레이션NasdaqS&P 500
2022.020.00~0.25%0.34%7.90%13,7524,374
2022.03 (첫 금리인상)0.25~0.50%0.50%8.50%13,2204,530
2022.10 (나스닥 저점)3.00~3.25%4.07%7.70%10,0893,577
2023.05 (AI 랠리 본격화)5.00~5.25%5.29%4.90%12,9354,205
2024.075.25~5.50%5.27%3.00%17,8795,522
2026.083.50~3.75%3.78%3.40%26,3717,686

코로나 경기침체에 대응한 정책금리 인하와 대규모 양적완화(QE) 이후 유동성이 급증하면서 2022년 초 인플레이션은 8%를 넘어섰습니다.

연준이 2022년 3월 정책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자 금리 인상의 효과는 즉각적으로 주식시장에 나타났습니다.

나스닥지수는 2022년 2월 13,752에서 정책금리가 3~3.25%까지 상승한 2022년 10월 10,089로 하락했습니다.

8개월 만에 약 26.6% 하락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후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2022년 11월 ChatGPT가 등장하고, 2023년 5월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를 계기로 AI 혁명이 본격적인 현실로 확인되면서 주식시장은 강하게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책금리는 2022년 10월의 3~3.25%에서 2024년 7월 5.25~5.50%까지 계속 상승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나스닥지수는 10,089에서 17,879로 약 77.2% 상승했습니다.

금리 인상이 주가를 상승시킨 것이 아닙니다.

금리 인상은 여전히 주가에 하락 압력을 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AI 혁명이라는 강력한 새로운 성장 요인이 만들어낸 주가 상승 효과가 금리 인상의 하락 효과를 압도한 것입니다.

2024년 8월 이후에는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면서 정책금리도 인하하기 시작했고, 2026년 8월 말 현재 정책금리는 3.50~3.75%, 나스닥지수는 26,371에 이르렀습니다.

금리와 주가의 관계를 거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IT 버블 붕괴와 금융위기에서는 정책금리를 계속 낮추는데도 주가가 폭락했습니다.

반대로 2004~2007년의 경기호황과 최근 AI 혁명기에는 정책금리를 계속 올리는데도 주가가 상승했습니다.

이 현상만 보고

“정책금리를 내리면 주가가 하락하고, 정책금리를 올리면 주가가 상승한다.”

라고 해석하면 원인과 결과를 완전히 거꾸로 보게 됩니다.

금리와 주가 사이의 기본적인 관계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정책금리 인하 → 주가 상승 압력

정책금리 인상 → 주가 하락 압력

다만 현실의 주가는 금리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버블이 붕괴하거나 심각한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그 하락 압력이 금리 인하의 상승 효과보다 훨씬 클 수 있고, 이러한 현상은 1년 이상 지속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강력한 경기호황이나 AI 혁명과 같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나타나면 그 상승 압력이 금리 인상의 하락 효과보다 훨씬 클 수 있고, 이러한 현상 역시 1년 이상 지속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주식시장을 볼 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금리가 올랐는가, 내렸는가”만 보는 것이 아닙니다.

금리라는 힘과 경기·버블·새로운 성장동력이라는 힘 가운데 어느 쪽이 현재 시장에서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함께 보아야 합니다.

그렇게 보아야 연준이 금리를 내리는데도 주가가 폭락하고, 반대로 금리를 올리는데도 주가가 급등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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